분열과 몰상식과 부정의 시대가 5년 연장되는 것도,
그렇게 故人의 친구가 또 모든 책임을 지고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운명이라 말해야 하나.
뭐 이런 운명이 다 있나.
...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봐도 잘 납득이 가질 않아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누군가의 예상대로 '경상도'가 문제인지를 확인해봤다.
16대 대선 개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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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율을 비교해보면 문재인은 대구, 울산을 포함한 경상도에서 대체로 노무현보다 더 선전했다. 김해와 사상, 거제에서까지 진 건 지역주의라는 개념으로 분석하고 있는 와중이라 더 의아하지만(YS?!!) 그게 민심이려니 받아들이더라도 어쨌든 선전했다. 이 지역의 선거인수와 투표율이 모두 올라 여당 후보의 득표수까지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선방했다.
그래서 나머지 지역들의 선거인수 변화와 여야 후보 득표율을 따져보니, 가장 큰 패인은 경기도에 있었다. 200만명 넘게 표가 늘어난 땅에서 신승하긴 커녕 졌다. 다른 지역들(특히 충청)에서 조금씩 쌓인 차이도 차이지만, 경기도에서의 패배가 너무 뼈아파 보인다.
수도권을 나머지 지역 출신들의 집합소라고 보는 관점에 따르면, 이 역시 경기도 내의 경상도 사람들이 영향을 줬으리라 추정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데이터만 가지고 거기까지 몰아가는 건 무리다. 그냥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한 쪽은 진작에 단일화하고 수도권 공략에 열을 올렸어야 하지 않나 푸념해 본다. 마감이 임박해 쫓기듯 둘 다 전국을 돌아다닐 게 아니라, 한 쪽은 경상도에, 나머지 한 쪽은 경기도에 주력했어야 했을 것 같다. 어쨌든 결정적인 패인은 경기도다.
한편 재외국민투표, 부재자투표의 개표결과도 대략 10만표 밖에 차이나지 않는 상황이라, 결국 온라인에서 그렇게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던 높은 투표율은 양쪽 모두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SNS는 절대 민의를 비례적으로 대표하지 못한다. 외려 현실 개혁 혹은 도피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그 안에서 반대 의견에 귀를 닫고, 그들이 비판하는 세력들과 마찬가지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실제보다 과잉된 여론을 민의로 착각하고 있단 생각마저 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멘붕.
5년 뒤엔, 경상도 방어는 기본이고 수도권에서도 무조건 신승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이어 나가야만 간신히 야권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아니면 여권 표를 나눠 먹자고 덤비는 피닉제 같은 인물이 또 나타나 몽니를 부리든가.
정말 이게 가능이나 한 일일지는 모르겠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내가 애초에 뭘 기대했던 건지조차 희미하고 무기력해진다.
합리적으로 思考하고 말하고, 평소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천하며 살아온 사람이 후보자로 나올 가능성에 무한히 제곱이 쌓이는 기분이다.
정말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