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하십니까,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안녕들하십니까. 


무기력하게 반차를 쓰고 찾았던 故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까지도 어느 선 이상의 군중이 모이니 서로 더 가까이 보겠다고 밀치고 소리지르고 싸우는 광경을 겪었던 게 떠오른다. 


또 지난 대선을 앞두고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하고도 나름 효과적인 방법들로 정치(혹은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무지를 '깨우쳐왔던' 나꼼수 역시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해... 아니지, 그 듣기 어려운 팟캐스트까지 들어가며 나꼼수를 지지하던 사람들 외에 조용히 있던 누군가의 울컥이는 감정까지 끌어내지 못해 끝내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뭔가 납득이 안되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그 날도 선명히 기억난다.


철없이, 아픈 게 당연한 시대여서 죽은 줄만 알았던 대학에서 말뿐 아닌 행동을 보이니 다시 사람이 모인다. 이번에도 시대에 익숙한 온라인과, 이제는 낯선 오프라인이 뒤섞여 세대마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장면에 마음을 움직인다. 어설픈, 소프트한 콘서트로 움직이지 않던 마음들이 심각하다못해 포기 직전의 진심을 담은 대자보와 행진을 통해 비로소 움직일 가능성도 보인다. 역시 아마도 그쯤의 규모는 이룰 거고, 그 안에서 또 온갖 잡음이 일 거다. 현직 정치인들도 하나둘 기웃거릴테고.


이 움직임이 또 어떤 공격이나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지 않으려면, 기왕 뜻을 모은 다른 불길들과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사람, 한 그룹만 조지면 수그러드는 불길이 아니라 어디가 시발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참여가, 그것도 힘 있는 참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학은 그 거점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나꼼수 멤버와 천주교사제단을 비롯한 종교계도 다시금 그러한 불길이 될 수 있으며, 이들의 이름이 회자되는 것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비전략적으로, 그저 뜨거운 감성으로 그들이 공헌했던 것들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난 이 역시 반기고 싶다. 표적이 되기 용이할지언정, 대학으로부터 시작되어 그나마 다시 살린 불씨에 패착의 이미지가 점철될지언정, 그마저도 한 뜻으로 안고 가야 진정성이라 본다.


물론 숟가락 좀 얹어서 개인의 영달을 꾀하는 인간들이 또 그 안에서 밀치고 소리지르겠지만, 그런 군상들조차 기꺼이 받아들여 크게 흐르는 큰 불길이 되지 않고는 변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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