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화가 시작된다
critiques/book 2011. 8. 2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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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다케이코 이노우에'와 시인이자 문학가 '이토 히로미'의 대담집.
거창하게 대담집이라고 되어 있으나, 사실은 나와 같은 한 사람의 <슬램덩크> 혹은 '이노우에' 팬으로서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편안하게 물어가며 그의 작품 세계나 작화 의도 등을 디테일하게 듣는 내용.
<슬램덩크>와 <배가본드> 두 작품을 반씩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이노우에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카에데 퍼플>이라든지 인터넷 연재작 <버저비터>, 그리고 최근작 <리얼> 등에 관한 이야기까지 관통하고 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좋은 건, 역시 <슬램덩크>에 대한 이야기로. 정대만은 사실 농구를 시킬 마음이 없었다든지, 강백호를 산왕전에서 왜 그토록 망가뜨려가며 영웅성을 갖추게 했는가 하는 이야기 등. <슬램덩크> 팬이라면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가득 풀어낸다.
읽기 전엔 주제만 거창하고 막상 겉 핥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선입견도 조금은 있었지만, 인터뷰어로서의 이토 히로미 스스로가 워낙 <슬램덩크>와 이노우에의 팬이기 때문에 정말 독자가 팬으로서 질문하는 듯한 내용들을 디테일하게 잘 다뤄 공감을 이끌어낸다. 또 그녀의 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두 만화를 '현대의 군기물'로 정의한 것은 이노우에를 감탄케 할 정도로 재미있는 시각이며 설득력 있다.
소재가 농구든 무사시든 작품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그렇게 살다 죽음을 맞이하는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혼신의 힘을 다해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작품 속에서 살인을 하는데도 독자들은 죽음에서 무언가 의미를 찾게 되고 결국 응원하게 된다는 부분에서 내공 있는 작가와 독자 사이의 교감을 읽었다.
Grade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