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번째 생일,

어 그러니까 내가 이제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 둘이고,

너는 스물 아홉이지.


아직 서른도 넘지 않았는데 불쑥 애 엄마가 되어버린데다,

집 밖도 잘 못나가는 생활을 갑자기 겪게 돼서. 

아마 나 이상으로 더 당황스럽고 힘들거라 생각해.


일은 일대로, 가사는 가사대로 마음대로 잘 안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희희지만

때로는 극한의 고통을 주는 낑낑이라 자신도 모르게 짜증 나는 때도 있을거야.


나도 그러니까. 너는 더하겠지.


모두 이해한다 말하는 건 솔직히 허세같고,

아무튼 열심히, 노력하면서, 쉽지 않은 생활을 함께 해주어서 고마워.


그 노력과 마음씀이 헛되지 않도록, 

혹은 괜한 말들로 다치지 않도록 애쓰고 있어.


아마 내년 생일 즈음엔 우리가 또 어디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상상도 잘 안 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생활은 아닐 수 있게 노력할게.


극의 고통과 극의 기쁨이 공존하는 불확실한 생활에서,

무난히, 소소하게 행복한 삶으로 계속 바꿔나가보자.


서로 상대에게 조금 더 조심하고.

나도 그러니까. 너는 더하겠지. 


이 마음이 기본이 될 수 있게.

그렇게 배려하며 1년 더 커보자.


생일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