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골반

반 날라리로 놀 거 다 놀면서 혼자 공부도 웬만큼 했던 센스있는 타입.

옷 잘 입고 성격도 좋아서 남녀 모두에게 인기도 많았고,
싸움도 곧잘해서 쭉정이 날라리들은 건드렸다 오히려 터졌다.

키 크고 골반이 넓어서 골반이라고 불렀다가 평생 별명으로 굳어짐.
그렇다고 또 덩치가 좋은 건 아니어서 옆에서 보면 얇다고 '치즈'라는 별명도.

소소한 것까지 실속 챙기는 성격인데도 쪼잔하게 이기적이진 않고,
다른 사람의 슬픔에 진심으로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순수한 친구.

내가 처음 이별을 겪었을 때나, 슝이 하늘로 갔을 때
제일 슬퍼하고 위로해줬던 기억.

급식비 삥땅 쳐서 애들 도시락 뺏어먹거나,
맨날 워크맨 빌려 들어도 워낙 너스레 좋게 해대서 특별히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친해진 건, 이 녀석 여자친구였던 영순이를 소개시켜주면서 부터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영순이와 헤어지면서 나와는 소원해졌다.

내 이별에 그렇게 위로가 됐던 녀석인데,
반대로 이 녀석이 이별할 때 난 본의 아니게 반대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 내가 말도 안되는 일을 겪었을 때 느즈막히 달려와준 녀석에게
엉엉 울면서 온갖 미안하단 말을 쏟아냈던 것 같다.

내 주위에 몇 안되는 레알 음치인데,
최신곡은 허구헌날 연습하고 노래방 가면 마이크를 안 놓음.

맨날 김희선이 이상형이라면서 그 난리를 치더니,
결국은 눈 반쯤 감고 보면 비슷한 것 같은 꼬맹이랑 알콩달콩 사귀고 있음.

그냥 이런저런 일들로 한창 백수 때만큼 가까이 지내진 못하지만,
내가 정말 힘들 땐 그 자리에 꼭 있을 것 같은 고마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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